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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들

두라 에우로포스(Dura-Europos): 로마 제국의 잊혀진 국경 도시

by 숨니입니다 2025. 2. 20.

이번에는 로마제국의 잊혀진 도시인 두라 에우로포스에 대해 포스팅 하겠습니다.중동의 한적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두라 에우로포스(Dura-Europos)는 한때 로마 제국의 동방 국경을 수호했던 요새 도시였습니다. 이곳은 로마, 그리스,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다문화 도시로 번성했으며, 3세기 중반 사산 페르시아의 공격으로 폐허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초, 고고학자들에 의해 다시 발굴된 두라 에우로포스는 초기 기독교 및 유대교의 벽화, 다채로운 종교 유적, 그리고 군사적 방어 시설이 발견되면서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발견된 유적들은 로마 제국의 국경 도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두라 에우로포스(Dura-Europos): 로마 제국의 잊혀진 국경 도시
두라 에우로포스(Dura-Europos): 로마 제국의 잊혀진 국경 도시

두라 에우로포스: 동방 국경의 요새 도시


두라 에우로포스는 기원전 3세기경 셀레우코스 왕조에 의해 유프라테스 강변에 세워졌습니다. 이후 파르티아 제국(기원전 2세기~기원후 3세기)의 지배를 받다가, 기원후 165년경 로마 제국의 영토로 편입되었습니다.

로마 제국은 두라 에우로포스를 동방 국경 방어의 요충지로 활용하며, 이곳을 강력한 군사 요새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두라 에우로포스는 군사적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도시였습니다. 도시에는 로마 군인들뿐만 아니라, 그리스 상인, 유대인 공동체, 기독교 신자, 페르시아계 주민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56년경, 사산 왕조 페르시아가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면서 두라 에우로포스는 함락되었고, 이후 도시는 완전히 버려졌습니다.

 

벽화와 종교 유적: 고대 신앙의 흔적


두라 에우로포스가 발굴되면서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교회 벽화와 잘 보존된 유대교 회당(시나고그) 벽화였습니다.

(1) 두라 에우로포스의 기독교 교회 벽화
고고학자들은 두라 에우로포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벽화(기원후 3세기)가 있는 교회를 발견했습니다. 이 벽화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을 묘사한 장면들이 그려져 있으며,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예배를 드렸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특히, 벽화 중 일부는 "예수가 물 위를 걷는 장면", "착한 목자로 묘사된 예수" 등이 포함되어 있어, 초기 기독교 미술의 발전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2) 두라 에우로포스 유대교 회당(시나고그)의 벽화
1930년대 발굴된 유대교 회당(시나고그)의 벽화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이었습니다. 이 벽화들은 구약 성경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묘사하고 있으며, 당시 유대교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종교적 신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벽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세: 홍해를 가르는 장면
에스더와 모르드개: 유대 민족을 구하는 이야기
다윗 왕: 거인 골리앗을 무찌르는 장면
이 유대교 회당의 벽화는 당시 유대교 미술이 단순한 상징적 이미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스토리를 표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줍니다.

(3) 다양한 다신교 신전 유적
두라 에우로포스에는 기독교와 유대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신교 신전도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로마 신화의 제우스 신전,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 사원, 메소포타미아 신전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이 도시에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군사적 유적과 로마 국경 방어 전략


두라 에우로포스는 단순한 종교 도시가 아니라, 로마 제국의 동방 국경을 방어하는 군사적 요새이기도 했습니다.

(1) 로마 군사 요새와 전술
고고학 발굴 결과, 두라 에우로포스에는 전형적인 로마식 방어 구조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도시에는 강력한 성벽과 함께, 지하 갱도와 화살 보관소, 로마 군단 주둔지가 존재했습니다. 특히, 발굴된 유물들 중에는 로마 병사들의 방패, 무기, 갑옷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 화학전(전쟁 중 화학무기 사용) 증거
두라 에우로포스에서 발견된 가장 흥미로운 군사적 발견 중 하나는 고대 화학전(Chemical Warfare)의 증거였습니다.

고고학자들은 256년경, 사산 페르시아 군대가 도시를 공격할 당시, 로마 군인들에게 독가스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로마군이 방어를 위해 판 지하 갱도에 유황과 아스팔트를 태워 독가스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고대 전쟁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3) 두라 에우로포스의 최후
256년경, 사산 페르시아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은 두라 에우로포스는 결국 함락되었습니다. 로마 제국은 이 도시를 재건하지 않았고, 이후 도시는 완전히 버려졌습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두라 에우로포스는 비교적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고, 20세기 발굴을 통해 고대 로마 국경 도시의 모습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두라 에우로포스는 단순한 국경 요새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했던 고대 세계의 축소판이었습니다. 기독교와 유대교의 초창기 벽화, 로마 군대의 전략적 방어 구조, 그리고 고대 화학전의 증거까지—이 도시는 역사적, 학문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