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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들

러시아의 잃어버린 도시 키테시: 호수 속으로 사라진 슬라브 전설

by 숨니입니다 2025. 2. 23.

이번에는 러시아의 잃어버린 도시 키테시에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러시아에는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러시아의 아틀란티스’라고 불리는 키테시(Kitezh) 전설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도시는 13세기 몽골의 침략 당시 호수 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졌다고 전해지며, 오늘날까지도 신비로운 이야기로 남아 있다. 키테시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러시아 정교회와 민간 신앙 속에서 ‘신성한 땅’의 상징이 되었으며, 수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 재해석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키테시의 전설, 그 기원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현대에서의 해석에 대해 살펴보겠다.

러시아의 잃어버린 도시 키테시: 호수 속으로 사라진 슬라브 전설
러시아의 잃어버린 도시 키테시: 호수 속으로 사라진 슬라브 전설

키테시 전설: 호수 속에 가라앉은 신비의 도시

 

전설에 따르면, 키테시는 13세기 블라디미르 대공국의 위대한 군주 유리 2세(유리 프세볼로도비치)에 의해 건설되었다. 그는 볼가강 인근의 아름다운 호수 스베틀로야르(Svetloyar) 주변에 키테시를 세웠으며, 이곳은 순수한 신앙을 가진 러시아인들이 거주하는 낙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238년, 몽골 제국의 바투 칸이 러시아를 침략하면서 키테시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몽골군이 처음에는 ‘작은 키테시’(Maly Kitezh)로 불리는 전초도시를 공격했고, 여기서 포로가 된 러시아인들은 키테시의 위치를 몽골군에게 알려주고 말았다. 바투 칸의 군대가 키테시를 향해 진군하자, 시민들은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보호를 요청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몽골군이 도시를 포위하려던 순간, 갑자기 강한 물살이 몰아치면서 키테시는 호수 속으로 가라앉았다고 전해진다. 몽골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도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고 경외심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후 키테시는 신성한 도성으로 남아 있으며,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은 호숫가에서 물속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찬송가를 들을 수 있다고 믿는다.

 

키테시의 역사적 배경과 실존 가능성

 

키테시 전설이 완전히 허구인지, 아니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키테시가 언급된 최초의 기록은 17세기 러시아 정교회 문헌에서 등장하는데, 이는 민간 전승이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보면, 13세기 몽골의 침략은 러시아의 여러 도시를 초토화시켰으며, 실제로 수많은 정착지가 파괴되거나 사라졌다. 키테시 전설은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결합되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연구자들은 키테시가 실제로 존재했던 도시일 수 있으며, 스베틀로야르 호수 주변의 고고학적 발굴이 이를 입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스베틀로야르 호수에서는 몇 차례의 탐사가 이루어졌으며, 인공 구조물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호수의 수위 변동과 자연적인 침식 과정이 이러한 전설의 기원이 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한, 러시아의 영적인 전통과 연계하여 키테시를 천상의 도시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

 

현대에서의 키테시: 문화적 영향과 신비로운 매력

 

오늘날 키테시는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러시아 문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키테시 전설은 다양한 예술 작품과 문학, 음악에서 다뤄졌으며, 러시아 정교회의 신비주의적 전통과 결합되면서 더욱 신성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의 오페라 보이지 않는 도시 키테시 전설(The Legend of the Invisible City of Kitezh)이다. 이 오페라는 키테시 전설을 음악적으로 재현하며, 러시아 정교회의 신비로운 세계관을 담고 있다. 또한, 소련 시대에도 키테시는 신화적이고 초자연적인 이야기로 남아, 다양한 예술작품에서 재해석되었다.

오늘날 스베틀로야르 호수는 ‘러시아의 신비로운 성지’로 여겨지며, 많은 순례자와 여행객들이 찾는다. 방문자들은 호숫가에서 키테시의 종소리를 들으려 하거나, 물속에 반사된 도시의 모습을 상상하며 전설을 되새긴다. 과학적인 연구자들도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키테시 전설의 기원과 그 실체를 밝히려 하고 있다.

키테시는 단순한 도시 전설이 아니라, 러시아인의 정체성과 신앙, 그리고 역사적 기억이 결합된 신비로운 이야기이다. 스베틀로야르 호수에 가라앉은 키테시는 실존했던 도시일 수도 있고, 영적인 차원에서만 존재하는 이상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전설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강한 매력을 주며, 끝없는 탐구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